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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민수, "마녀 본 관객들, '센 언니' 선입견 가져도 좋다"
기사입력 : 2018.06.25 오후 3:01
사진 : 영화 '마녀'의 닥터 백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 엔터스테이션 제공

사진 : 영화 '마녀'의 닥터 백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 엔터스테이션 제공


"스포일러 될까 감독님이 일부러 기술시사회에 절 부르지 않더군요. '닥터 백'이란 인물이 궁금해서 미치겠는데 말이죠. '마녀'에 출연한 게 굉장히 행복했어요. 원래 시나리오상엔 그 역할이 남자인데, 제가 하겠다고 하니 바로 수정을 해주셨어요. 감독님이 누구 건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주저없이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일념으로 영화를 찍었습니다.(웃음)"

25일(오늘) 낮,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마녀>(박훈정 감독)의 배우 조민수를 만났다. 라운드 인터뷰 자리가 굉장히 반갑고 설렌다고 운을 뗀 그녀는 오랜만에 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흠뻑 젖어 마치 토크쇼를 진행하는, 막힘 없이 매끄러운 언어 구사로 이번 영화에 대해 짧지만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닥터 백'에 대한 첫 인상은 한 마디로 '미치광이'였어요. 그런데, 감독님은 꾸미지 말고 제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편하게 캐릭터에 접근하라고 주문하셨죠. 그냥 아무 히어로물이나 보면서 저와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 그것대로 해 나가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잘못한거죠. 주문하신대로 평범하게 연기를 하려니까 오히려 그게 더 어려웠어요"라고 조민수는 말했다.

최상의 제품(마녀)을 만들고자 하는 닥터 백의 이미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내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외모로 시선을 압도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히어로물의 '대표 악당' 캐릭터 보다도 영화 속에서 더 악랄하고 잔인하고, 게다가 몰입되었다. "(웃으며)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고맙죠. 대중은 저더러 '센 언니'라고 선입견을 갖는 데, 사실 그렇지도 않거든요. 전 굉장히 소심하고 상처를 잘 받는 성격입니다. 일을 하면서 그 성격을 바꾼 거예요. 그래야 사니까, 하하!"라고 크게 웃으며 "걸 크러쉬 이미지가 싫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마녀' 속 닥터 백을 그렇게 봐주는 분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거든요. 다만,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마저 절 그렇게 봐준다면, 배우로서 제가 부족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조민수는 박희순, 최우식 등 경험 있는 배우들 보다 세 명의 <마녀>의 촬영 전부터 신인배우들에게 신경이 더 쓰였다고 했다. "많은 걱정을 했죠. 하지만, 첫 촬영날 그런 이미지가 단숨에 깨졌어요. 다은이, 민시, 다미 등 열정 받쳐 각자의 역할을 소화해주니 제 불안감은 한 번에 가셨죠. 그들에게 제가 먼저 친해지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그렇지만 그들만의 촬영장 속 놀이터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들과 어울리려면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호호~"

마지막까지 숨 죽이게 만드는 영화 속 하이라이트 장면을 떠올린 배우 조민수는 "거친 액션장면이 나오는지라 촬영장에 대역 삼아 미리 마네킹도 준비 되어 있었는데, 제겐 그 대역이 용납이 안됐거든요. '자윤'(마녀 역, 김다미)이 하나 둘 씩 해치울 때 그녀를 상대하는 닥터 백도 제가 직접 연기 했죠. 영화 속 리얼리티 구현은 비단 연출자만 하는 게 아니라 배우도 노력해야 한다고 늘 생각합니다"라고 오랜 연기 경험에서 묻어나는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도 보여주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히어로물을 만들어 주세요!" 조민수가 박훈정 감독에게 유일하게 부탁한 멘트였다. 그는 "이런 영화가 나와줘야 해요. 장르의 다양성은 정말 중요합니다. 첫 단추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걸 또 해내면 정말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올 거 같아요. 그러면서, 저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영화 흥행을 떠나 '마녀'란 작품에 박수를 치고 싶습니다"라고 출연작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쏟기도 했다.

조민수가 '닥터 백'에 빠지기 위해 노력한 건 너무 다양했다. 심지어 렌즈 색깔도 바꾸어 가며 연기했다니 그녀의 디테일함은 요즘 젊은 배우들이 배워야 할 감이다. "원래 남자가 소화해야 할 캐릭터 였기에, 표현하자면 최고의 양아치급 성격이 나와야 했거든요. 제 안에 많은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못 할 건 아니어서..모든 인간들은 선과 악이 존재하니 그걸 도구로서 쪼개어 쓰는 맛에 배우란 직업을 하게 되나 봅니다. 첫 장면부터 제 스스로를 많이 억눌렀죠. 그랬더니, 쓸 데 없이 에너지가 분출되는 장면은 없었어요. '닥터 백'의 역할은 '마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 제가 연기한 장면들은 편집없이 다 살았죠. 다만, 러닝타임에 쫓기는 상업영화 특성상 제 일부 감정들이 살짝 잘린 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스크린 컴백이 반가웠던 배우 조민수에게 드라마 출연 의향은 없냐고 물었다. 그녀는 방긋 웃으며 "들어와야 말이죠. 요즘 드라마도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해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들이 많거든요. '무법변호사'의 이혜영 언니가 연기한 절대권력의 최강자, 차문숙 판사의 모습이 바로 떠올라요.(웃음) '마녀'를 본 방송 관계자들에게 요청하고 싶어요, 저 좀 써달라고요, 하하!"라고 셀프 홍보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민수는 더운 날 떠오르는 보양식으로 어머니께서 직접 해주시는 '닭 요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체력 관리는 따로 안 하는데, 제 에너지를 보면 그럴만도 하지 않을까요?(웃음)"

조민수의 파격 연기 변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마녀>는 <신세계>와 <V.I.P>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오는 6월 27일 개봉한다. 


글 더스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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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한국영화 , 마녀 , 조민수 , 김다미 , 최우식 , 박희순